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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來路홍성군 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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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재 이야기천년의 시간과 마주하는 다섯 번째 이야기 어느 가을, 유생의 산책

  • 홍주향교
  • 매봉재
  • 산제당바위
  • 목장성
  • 들꽃사랑방
  • 홍주의사총
홍주향교로 가는 길목에 그려진 벽화 이미지1
01홍주향교
우리는 아직 공부할 수 있다
홍주향교로 가는 길목에 그려진 벽화 이미지2

홍주향교로 가는 길가에는 유생에 관한 그림벽화가 가득하다. 졸린대도 졸음을 쫓아가며 공부하는 유생의 표정이 귀엽다. 시험 전에 벼락치기 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갑자기 뜨끔한다. 또 지나가는 누군가는 유생 중에서 자기 스타일을 찾으며 좋아한다. 홍주고에서 시작된 벽화길을 가을 풍경과 함께 즐기다 보니 10분쯤 지났을까. 벌써 홍주향교에 도착했다.

홍주향교 이미지

‘이런 곳에서 공부하면 참 좋겠다.‘운동장도 없는 고등학교에서 시멘트에 둘러싸여 어설프게 공부하는 척했던 내가 홍주향교를 보고 느낀 첫인상이었다. 운치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홍주향교 현판 이미지
홍주향교 주변의 나무 이미지

조선 시대 향교는 기초 한문을 익힌 뒤 17세부터 입학할 수 있는 공교육기관으로 지금으로 치자면 공립고등학교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작지만 조용하고 커다란 나무들이 지켜주는 단정한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해지게 한다

홍주향교 명륜당 이미지
홍주향교 대성전 이미지

홍주향교는 두 건물로 되어있는데 앞 건물은 교육 공간이었던 명륜당, 뒤는 제사 공간인 대성전이다. 임진왜란 의병장이었고 실학자 박제가의 롤모델이었던 조헌이 이곳에서 교수로 있기도 하였다. 조헌은 모두가 이순신을 의심하던 때에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두둔했던 심미안이 있는 사람인 만큼 이곳에서도 훌륭한 제자를 많이 길러냈을 것이다.

홍주향교 칠의비 이미지
  • 단풍잎 이미지
  • 단풍나무 이미지

향교 앞에는 칠의비가 있다. 동학농민군으로부터 이곳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어놓은 방세응, 방석규, 서종득, 오경운, 이준복, 최민지, 최학진 등 7명의 향교생을 기리는 비석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앞날이 창창했을 유생들의 죽음이 안타깝다.

  • 지승공예 최영준 장인 이미지
  • 댕댕이장 백길자 장인 이미지

향교는 지금도 교육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고장 전통공예인 ‘댕댕이장과 지승공예’ 를 일반인 대상으로 전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선생님은 무려 무형문화재 제2호 지승공예 최영준 장인과 제31호 댕댕이장 백길자 장인이다.

명륜당내부에서 전수교육중인 모습 이미지1
명륜당내부에서 전수교육중인 모습 이미지2

명륜당에 모여 교육을 받고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선생님의 작품을 앞에 두고 참고하며 작업하고 있는 중년의 학생에게 오늘 이거 만들어 가져가시는 거냐고 물었다.

명륜당내부에서 전수교육중인 모습 이미지3

"한 달은 걸려요." 농담하느냐는 듯 소탈하게 웃는다. 학생들은 바구니 하나를 위해 한 달의 시간을 익히고 시간을 보내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꼼꼼하게 스스로 집중하는 모습들이 장인 못지않다.

  • 완성된 공예품 이미지1
  • 완성된 공예품 이미지2
명륜당내부에서 전수교육중인 모습 이미지4
명륜당내부에서 전수교육중인 모습 이미지5

또한 명륜당에 모여 명심보감을 수년 째 공부하는 주민들도 있다. 조선 시대 건강관리를 잘 받던 임금들의 평균 나이가 47세였고 성균관 새내기들의 평균나이가 35세였다는 걸 생각해 보면 평균 수명 80세인 지금 5~60대가 공부를 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이곳은 공부하는 "향교"가 아닌가.

매봉재의 나무 이미지
02매봉재
(산제당바위-매봉-목장성)
홍성 주민들의 영원한 친구, 매봉
매봉재 나무숲 이미지

유생들도 앉아서 공부만 하면 엉덩이에 땀띠가 나거나 변비에 걸리는 등 건강에 매우 좋지 않으니 적당한 운동이 필요했을 것이다.

  • 매봉재 숲길 이미지1
  • 매봉재 숲길 이미지2
매봉재 숲길 이미지3

마침 매봉재가 바로 이어져 있으니 종종 이곳을 오르지 않았을까? 자연스레 그들의 산책로를 올라보게 된다. 산에 오른다고 생각하면 마음을 굳게 먹고 긴장을 하게 되지만 이곳은 작은 뒷산 정도의 만만한 높이로 가뿐한 마음으로 올라볼 수 있다.

매봉재 숲길 이미지4

매봉에 도착하기 전 산제당바위를 만날 수 있다. 옛날에 홍주의 백성들이 이곳에서 산제를 지내고 기도를 드렸다고 하는데 지금의 바위는 완전한 모습이 아니다. 홍성고를 지을 때 이 바위의 절반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만큼 학교를 지을 때 많은 바람을 담았다고 해석하면 되려나.

  • 매봉마당 이미지1
  • 매봉마당 이미지2

근처에는 매봉마당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과거 홍성고 학생들이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이곳에서 만나 힘겨루기를 했다고 한다. "야! 3반 강영식! 수업 끝나고 매봉마당에서 보자!" 뭐 이런 식이었을까. 요즘 말로 ‘맞짱‘인가보다. 널찍하니 투닥거리기 좋아 보이긴 하다.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이 뒹굴고 있었을 장면을 생각하니 걱정스럽지만 좋을 때다 싶다.

매봉의 한 모녀 이미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벌써 매봉에 도착했다. 매를 닮은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홍성고등학교 건립 때 부서졌다고 한다. "여기가 왜 매봉이야?" 호기심 넘치는 눈을 한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매 모양 바위가 있던 터 이미지

"원래 여기 매 모양 바위가 있었는데 홍성고 생길 때 거기로 날아갔어. 그래서 저 학교가 공부를 잘해." 아하, 그렇구나. 하긴 매가 조류이지만 아이큐도 꽤 높다고 알려졌다.

매봉의 숲길 이미지5

매봉을 중심으로 700m 정도의 토성이 남아있는데 ‘목장성‘이라고 한다. 정부의 관리가 공문서를 전달하러 먼 지방에 말을 타고 가던 중 지친 말을 지치지 않은 말로 갈아타던 곳이다. 그러니 이곳에는 튼튼하게 관리받는 말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말 대신 자동차를 타니 고속도로의 주유소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가리바위 이미지1

정상에 올라 한 바퀴 둘러봤으니 이제 들꽃사랑방으로 내려가려는데 매봉재의 비밀을 파헤치던 호기심 많은 아이가 말을 건넨다. "저기 내려가면 신기한 거 있어요."
"뭔데요?"
"신기한 바위 있는데 한 번 가봐요."

아가리바위 이미지2

바위라… 보통 돌덩어리랑 다를 것 없는데 정답을 알고 마음의 눈으로 봐야만 보이는 동네마다 내려오는 전설을 가진 그런 걸까 싶기도 하지만 그다지 멀지 않은듯하니 속는 셈 치고 가보기로 한다. 그리하여 들꽃사랑방으로 곧장 내려가지 않고 아파트 단지가 나오는 오른쪽 길로 발길을 틀었다. 내려가면서 생각해보니 어떻게 생긴 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지? 지나가던 아주머니께 신기한 바위의 존재에 대해 여쭈니 "아가리바위? 신기하긴 하죠. 조금만 더 내려가면 있어요. 보면 알아요." 아가리라. 아주머니 말씀대로 조금 더 내려가자 뭔가가 보였다. 가까이 가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가리바위 이미지3

‘진짜 아가리네.‘ 아파트단지를 향해 먹을 것 좀 달라는 듯 커다랗게 벌린 입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입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쉴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들어가 앉으니 엄청나게 커다란 호랑이 입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별거 아닐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알고 보니 이 바위는 구마바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주민들에게 아가리바위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는 모양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재미있는 장소를 발견한 기분이다. 재미있는 바위도 확인했으니 이제 다음 목적지로 향해보자.

들꽃사랑방 이미지
03들꽃사랑방
들꽃스러운, 자연스러운

들꽃사랑방은 소나무 숲 속에 마련된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재미난 공간이다.

  • 들꽃사랑방 내부의 아이들 이미지
  • 들꽃사랑방 내부 식물 이미지1

올가을 처음 문을 연 이곳에서 홍주성 천년여행길을 걷는 여행자와 홍성 주민들 누구나 들꽃에 둘러 싸여 편안히 쉬어갈 수 있다.

  • 들꽃사랑방 내부 식물 이미지2
  • 우체통 이미지

사랑방 앞의 빨간 우체통이 눈에 띈다. 착해 보이는 이 우체통은 여기를 지나간 많은 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다.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서 여기에 넣으면 기억에서도 잊힌 어느 날 슬로레터라는 이름으로 전달될 것이다.

물고기 이미지
  • 들꽃사랑방 내부의 공예품 이미지
  • 들꽃사랑방 내부의 꽃차 이미지

또한, 오카리나 만들기, 들꽃 비누 만들기, 들꽃 차 만들기 등의 체험행사가 준비되고 있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재미와 휴식이 함께하는 편안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들꽃을 말려 만든 차는 부담스럽지 않은 향으로 방문객들의 지친 마음을 다독인다. 구절초, 벌개미취, 맥문동 등 작지만 아름답게 숨어있던 들꽃들이 이곳에서 빛을 발한다.

들꽃사랑방 내부의 식물 이미지3

들꽃사랑방을 방문하면 평소에 관심을 주지 않았던 길가의 들꽃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여 세상을 보는 더 넓은 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홍주의사총 이미지
04홍주의사총
항일의병의 정신을 기리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홍주의사총으로 내려간다. 홍주의사총은 대한제국시대 1906년 홍주성 전투에서 희생된 병오항일의병의 유해를 모신 묘소이다. 이 전투에서 수백 명이 세상을 떠났다.

홍주의병 동상 이미지

홍주의병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이후에도 항일비밀단체를 결성하여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나라를 잃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였다.

홍주의병 기념탑 이미지1

홍주의사총을 향하는 길에 홍주의병 기념탑이 있다. 홍성을 내려다볼 수 있을 것만 같이 탑은 높게 솟아 있다.

  • 홍주의병 기념탑 이미지2
  • 홍주의병 기념탑 이미지3

기념탑의 원은 하늘을, 사각형은 땅을, 삼각형은 사람을 형상화하며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로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길 바란다.

창의사 주변 단풍나무 이미지
창의사 주변 단풍잎 이미지

태극기가 펄럭이는 길을 따라 창의사로 향한다. 단풍이 짙어질 대로 짙어져 의병들이 뿌렸을 피처럼 붉게 땅을 덮고 있다.

창의사 입구 이미지1
창의사 이미지

900명 의사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창의사 역시 적막이 흐른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국가를 위해 내던져 죽은 그들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창의사 입구 이미지2
홍주의사총 묘비 이미지

잘 닦인 길을 따라 조용히 창의문 안으로 들어선다. 반구 모양의 커다란 묘가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요한 의사총 앞에 서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주변의 나무들이 가을의 쓸쓸함을 더해 더욱 숙연해진다.

  • 민들레 씨 이미지
  • 앙상한 나뭇가지 이미지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을 지키고자 목숨을 내어놓는 희생은 얼마나 숭고한가. 그것이 위인전에 기록이 되었거나 이름 석 자 남지 않았거나 그것들의 무게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죽은 이들은 말이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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