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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來路이응노의 집

공지사항

[창작스튜디오 소식] 이응노의 집 제 4기 입주작가 민택기 외부 전시 소식

작성자전체관리자  조회수210 등록일2020-11-10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 제 4기 입주 예술가

민택기 작가의 전시 "바다와 같은 숲으로" 가

천리포 수목원 밀러가든 갤러리에서

2020.11.10 부터 12.02 까지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시 서문


김용민 (뮤지엄 SAN 학예연구사)

 숲은 무차별하다.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섭게 증식하고 살벌하게 괴사한다. 다시 말해, 숲은 아름답지 않다. 동심을 파괴하는 인격 없는 생명체의 거대한 군집이다. 생성과 소멸이 함께 작용한다. 휘몰아치는 힘이 거기에 있다. 좀비와 비슷하다. 그런데 땅에 뿌리를 박고 있고 흉측한 얼굴이 없으니 다르다. 우리와 숲은 다른 차원에 있다. 공간도 다르고 더욱이 시간이 다르다. 숲은 느리게 흐른다. 눈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숲은 시간을 천천히 센다.

 (중략)

 숲은 깊은 깨달음을 준다. 이와 함께 또한 숲속에서 인간은 바다와 함께 숲으로 자신을 맡긴다. 푸른 바다, 파란 바다에 바람이 불면 바람의 발자국이 남는다. 숲은 바람을 기다린다. 풀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잎이 떨리기 시작할 때 시간과 공간은 기분 좋게 진동한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인간이 있다면, 숲은 카메라로 한번 찍어보라고 한다. 들풀에 양귀비는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까. 그런 소금은 아무 데도 쓸데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인데”, 그와는 전혀 다른 소금처럼 양귀비는 도드라진다. 우리가 익히 아는 양귀비가 아니라 숲에 투척돼있는 양귀비다. 그 어느 하나 하찮은 것이 없는 숲에서 양귀비는 붉은색을 낸다. 바람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의 카메라는 시선의 자국을 남긴다.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한다.” 번역하면, 너의 자유가 너를 활동할 수 있게 한다. 구체화하면, 너의 카메라가 네가 바라던 것을 시각화한다. 숲이 주는 아름다움은 다듬어진 것이 아니다. 함께 기투하는 존재를 지시한다. 그러니까 숲은 무차별하다고.